30일(현지시간) 오전 네팔 대홍수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바그마티주 다딩에서 만난 홈 바하두르(66)는 진흙에 파묻힌 집을 바라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40년 넘게 아내와 살던 곳이었다고 했다. 이곳은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난장판 그 자체였다. 다딩은 네팔·중국 국경에서 발생한 홍수의 하류 지역으로, 수도 카트만두와는 비교적 가까운 도시다. 이 지역도 홍수로 고립된 라수와나 누와코트 지역 못지않게 큰 피해를 입었다.
네팔 대홍수 발생 나흘째인 현지시간 30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 방면으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다딩 지역의 마을에서 홈 바아두르가 물에 잠긴 집을 바라보고 있다. 변민철 기자
강변에 지어진 건물은 대부분 물에 휩쓸려서 온전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침수된 차량도 곳곳에서 보였다. 홈 바하두르 부부의 집도 홍수에 침수됐다. 회색 진흙이 온 집안을 덮었고, 부부는 현금과 옷가지 등 살림살이를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대피했다. 그는 그런데도 나흘째 집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있다. 홈 바하두르는 “부인을 이곳에서 만났고,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는데 나는 갈 곳이 없다”며 “이곳에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사위들이 복구를 돕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히 이 인근에서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피 경보 등이 제때 울리지 않으면서 빈손으로 집을 빠져나온 이들이 많았다. 대피했던 주민들은 늦게라도 가재도구나 옷가지를 찾으러 마을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샨카르(47)는 “팔아야 할 물건이 모두 물에 잠겼는데 제조사에 보내면 환불이라도 해줄까 싶어 하나하나 닦고 있다”며 “30년간 우리 가족을 지켜준 소중한 가게인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네팔 대홍수 발생 나흘째인 현지시간 30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 방면으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다딩 지역의 한 수퍼마켓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수퍼마켓에서 빼낸 물건. 변민철 기자
전날 현지에 내린 비의 영향 등으로 강 수위가 다시 높아지면서 또다시 수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커졌다. 바산타(47)는 “어제보다 강 수위가 훨씬 높아졌다”며 “아직 복구를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 또 홍수가 오면 정말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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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떨어진 곳에서도 시신
이번 대규모 홍수로 네팔뿐만 아니라 240km(최초 홍수 발생지 기준) 떨어진 인접국 인도에서도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 라수와에서 시작한 홍수가 네팔 트리슐리강을 거쳐 인도 간다크강까지 이어지면서 차를 타고서도 몇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먼 지역까지 희생자가 떠밀려간 것이다.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오전 기준 750명, 실종자는 3000여 명에 달한다.
네팔 당국은 군대와 구조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전념하고 있지만, 한국 등 다른 국가의 구조대 파견은 받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매체인 카트만두 포스트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여러 나라 구조팀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생한 조율 실패 경험을 고려해 구조대 파견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네팔 대홍수 실종자 수색구조에 나선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29일(현지시간) 헬기를 이용해 수색작업에 나섰다. 사진 외교부
이 때문에 네팔 수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됐다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 9명에 대한 수색도 난항을 겪고 있다. 네팔에 파견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은 현지 군 당국의 거부로 헬기를 띄우지 못하다가 전날에야 처음 직접 수색에 나섰다. 신속대응팀은 헬기뿐만 아니라 드론과 육상 탐색 등 수색 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지에 파견된 정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수색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팔 당국에도 적극적인 수색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